오늘 마주친 한 구절

[낭+독회 한구절]『낮의 목욕탕과 술』, 구스미 마사유키 _ 낮술 낭독회

by 느티나무

  • 『낮의 목욕탕과 술』, 구스미 마사유키 _ 낮술 낭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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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가 입 안으로 들어간다.

    이게 또 적당히 탄산이 빠져나가, 무리 없이 주욱 들어간다. 

    탄산의 자극, 저항이 제압된 탓에 스르르 흘러들어간다.

    아무 저항도 없이 입 안으로 흘러드는 맥주를 꿀꺽 삼키는데, 이 또한 아무 저항 없이 저 안쪽까지 빨려들어간다.

    거슬릴 정도로 차갑지도 않아 아주 자연스럽게 말은 물이 실개천 흐르듯 목 안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다.

    너무 차가우면 목을 콕콕 찌르는 바늘이 선다. 그런데 그런게 없다. 뭔데 그거, 콕콕이란 놈.

    꼴까닥, 꼴까닥을 세 번 정도 하고 잔을 내려놓는다. 

    "하앗!"도 아니고 "큿!"도 아닌, 목소리와 한숨이 뒤섞인 듯 한 소리가 저절로 목을 찌르며 튀어나온다.

    졌다. 마시는 내가 오히려 넘겨 삼켜지고 있다.

    온갖 감언이설로 쓰러트렸다고 생각했는데, 사랑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은 오히려 나였다. 그것도 단숨에.

     

     

    『낮의 목욕탕과 술』, 구스미 마사유키, 지식여행, 2011. 150면.

     

     

     

    읽은 날: 2021년 6월 8일 (화)

    *매주 화요일 늦은 3시부터 3층 동네부엌에서 낭독회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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