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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예비사서, 컬렉션을 말하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2-09-21 조회수 : 3,528

G7 : 사랑할까, 먹을까?

사회를 담는 컬렉션에 대한 예비사서들의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G7 : 사랑할까, 먹을까?>입니다. 사랑할까, 먹을까는 ‘행복할 권리는 인간의 특권일까?’란 질문에서 시작된 동물권 컬렉션인데요. 비거니즘부터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까지.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 및 관계에 대한 컬렉션이라고 합니다. 그럼 솔직하고 때로는 진중하며 종잡을 수 없는 예비사서들의 대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Q1. 사랑하는 동물이 있나요?

다현) 관심 가는 동물은 있어요. 요즘 닭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요.

지연) 왜요?

다현) 컬렉션 자료 중에 『나의 비거니즘 만화』보선(푸른숲)를 봤어요. 닭고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닭은 인간에게 모든 걸 뺏기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장부터 살갗, 알까지. A4 용지보다 작은 집에서 오로지 인간을 위해 사는 삶은 어떨지 상상이 안돼요. 그래서 연민과 죄책감 사이의 무언가를 느껴요. 이게 사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지연) 저는 닭을 키워봤어요. 이름은 오골이었는데 초등학생 때 키워서 그런지 동생처럼 느끼고 좋아했어요. 비록 걔가 낳은 알을 맛있게 먹긴 했지만요. 그래도 오골이 자체를 먹을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희연) 여기서 그런데가 나왔다는 건 오골이를 먹은거겠죠?

지연) 아니요! 족제비가 물어갔어요..

희연) 미안해요. 당연히 잡아 먹었을 줄 알았어요.

지연) 너무하네요. 분명 동생이라고 말했는데.(웃음) 그런데 오골이가 사라진 이후 한동안 닭을 먹지 못했어요. 그때 내가 먹는 닭이 오골이 아닐까 싶어서 먹기 두려웠던 기억이 나요.

희연) 무언갈 사랑한다는 건 슬픔과 두려움도 커지는 일 같아요.

다현) 반려닭과 함께 산 지연님껜 미안하지만 저는 닭을 잡아봤어요.

지연) 오골이를 먹었군요..

다현) 오골이라고 하지마요. 죄책감 더 커지잖아요. 전 이름 없는 닭을 잡았어요..

희연) (웃음) 그래서 어땠어요?

다현) 충격적이었죠. 사실 고기를 하나의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먹지 않잖아요. 동물적인 특징은 모두 지워진 채 식탁에 올라오니까요. 그런데 그 과정을 알고 먹으니까 기분도 이상하고, 맛도 없었어요.

(희연과 반려견 콩이)

희연) 여러분은 닭에 대한 생각과 애정이 넘치는군요. 저는 강아지를 좋아해요. 그런데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이중성을 느낄 때도, 불편함을 느낄 때도 있어요. 개고기 때문인데요. 저는 다른 고기를 먹지만 개를 식용으로 먹는 것에는 반대해요. 그런데 그러면 사람들이 말해요. 개와 돼지의 차별성이 무엇이길래 그러냐. 돼지는 되는데 왜 개는 안되냐. 이럴 때 불편함과 스스로 모순됨을 느껴요.

다현) 그냥 최소한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걸까요. 더 많은 유대를 느끼는 동물을 최소한 먹지 않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환경 때문에도 있지 않을까요. 개나 고양이는 일상에 익숙하게 보이잖아요. 그런데 소나 돼지는 일상에 가깝지 않아 연결된 느낌이 들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쉽게 소비하고, 먹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Q2.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 경험 있나요? 여러분은 연결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지연) 컬렉션 자료인 『왜 비건인가?』피터 싱어(두루미출판사)에서 웻 마켓(wet market)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웻 마켓은 야생동물시장인데요. 설명하기도 참담하지만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이곳에선 음식으로 거래 돼요. 

희연) 방금 웻 마켓을 검색해봤는데 너무 끔찍해요. 같은 생명으로서 존중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동물은 철저하게 상품이고, 음식 같아요.. 

지연) 그런데 이 시장의 큰 문제는 무분별한 야생동물 섭취가 질병을 만든다는 거예요.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런 웻 마켓에서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고요. 이런 걸 볼 때면 모든 건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요. 착취가 결국 질병으로 연결 돼 돌아온 거잖아요. 

다현) 이런 연결은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연결을 생각했을 때 전 정서적이고, 긍정적인 느낌을 받거든요. 예를들어 동물과의 연결을 느낀 건 그들도 인간과 다를바 없이 사회생활을 하고, 고통을 느낀다는 걸 알았을 때예요. 제게 연결감은 나와 닮은 점을 볼 때 느끼는 것 같아요.

지연) 나와 닮은 점을 볼때 느끼는 연결에 공감해요. 『왜 비건인가?』피터 싱어(두루미출판사)에서는 동물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기 위해 이렇게 말해요. ‘암컷은 여성으로, 수컷은 남성으로, 동물의 수를 셀 때에는 마리가 아닌 명으로.’ 책에서 인상 깊게 본 이야기예요. 단어만 바꿨을 뿐인데 생명으로서 동일 선상에 놓이는 기분이었어요.

희연) 저는 연결 했을 때 피라미드 구조가 생각났어요.

다현) 의외네요. 저는 원형 모델이 생각났는데.

희연) 연결이란게 피라미드처럼 층층이 구조적으로 묶여 있는 것도 있잖아요. 생태계는 한 계층이 무너지면 다른 계층도 무너진다는 말이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생명간의 존중도 중요하지만 어느정도 먹고 먹히는 섭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동물을 먹지 않았을 때 식물은 다 사라지고 사막이 된다고 하잖아요. 물론, 현대 사회에선 너무 많은 걸 잡아 먹어서 문제지만요.

지연) 하지만 인간과 달리 동물들은 섭리대로 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소가 섬유질 같은 걸 씹으면 고기 맛이 없어진다는 거 여러분은 아셨나요? 이런 이유로 곤죽을 먹여 사육한대요. 오로지 인간이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동물의 섭리와 특징은 무시되는 거죠.

희연) 그래서 공생관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무분별한 섭취도, 무분별한 방치도 아닌 서로를 돕는 관계가요.

Q3. 여러분에게 비건(채식)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지연)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옹호하진 않았어요. 어떤 건 먹고, 어떤 건 먹지 않는 걸 보면 까탈스럽고 엄격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커서요. 취향이 확실한 만큼 이분법적으로 사고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다현) 채식주의자는 나보다 윤리 우위에 있다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반면 고기를 먹는 나는 야만적으로 느껴져 과거엔 비건에 대한 반발과 불편함이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비건 자체가 내 이중성을 고발하고 있어서 불편했던 것 같아요.

희연) 비건은 힘들고 어렵다! 이게 첫 인상이였어요. 짜파게티에 들어간 건더기 고기를 하나하나 빼는 사람을 보고 ‘와.. 채식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좀 자연스러워졌어요. 전에는 유난이고, 독특하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삶을 대하는 하나의 태도라고 생각해요. 도서관에서 채식을 접하다보니까 장벽이 낮아진 것도 있고요. 여러분은 비건의 이미지가 처음과 같나요?

(G7 컬렉션 책장)

지연) 생각해보면 비건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자원을 아끼고, 지구를 살리는 일을 누가 싫어하겠어요. 똑같은 물건을 사도 자원순환이 더 쉽게 되는 물건이 있다면 그걸 선택하는 것처럼요.

다현) 이제는 비건하면 거절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요. 윤리적으로 청렴하고 완전한 사람이 아닌, 내가 싫은 건 싫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요. 또 몸으로서 질문을 던지고, 불편함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생각도 해요.

지연) 음, 몸으로 질문을 던진다는 건 어떤 뜻일까요?

다현) 과거에 잠깐 채식을 했어요. 완전 비건은 아니고 소, 닭, 돼지 같은 육류를 먹지 않았어요. 이때 느낀 건 친구들이 저와 한 식탁에서 밥 먹는 걸 불편해 한다는 거였어요. 저는 상추에 밥만 먹어도 괜찮은데 친구들은 “내가 고기를 먹으면 쟤는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같은 이유로 제 눈치보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불편함으로인해 친구들이 어느순간 자기를 돌아보고, 불편함의 이유를 제게 말해 주더라고요. 

희연) 말 없이 무언 갈 변화시켰네요. 되게 좋다. 저는 가르치려는 태도를 반가워하지 않아요. 뭐랄까. 다정함 없이 무작정 자기 생각만 말하는 게 싫달까. 또 자기가 믿는 하나의 가치에만 빠져 상대를 보지 못하는 것도 안좋아해요.

지연) 세상에는 완전하게 옳은 사람도, 완전하게 그른 사람도 없잖아요. 내 삶을 봤을 때 더 가깝게 하고 싶은 방향 정도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가 누굴 가르칠 수 있나 싶네요.

다현) 맞아요. 저도 한 때 채식을 했지만 지금은 고기를 먹고 있어요. 다만, 지연님 말처럼 삶의 방향이 있는 이상 언젠가는 다시 채식을 만날지 모르죠. 그러니 ‘이게 맞아. 우리는 반드시 이 길로 가야해’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요. 

Q4. 지난주 비건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어땠나요?

희연) 살면서 그렇게 큰 가지를 입에 넣은 건 처음이었어요.(웃음) 아 라따뚜이도 처음 먹어봤고요. 

다현) 전 라따뚜이가 음식인지도 몰랐어요. 애니메이션인줄만 알았지.

희연) 재료 사는 과정부터 인상깊어요.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에 웬만하면 고기가 들어가잖아요. 성분표 하나하나 보면서 어떤 소스를 사야할지 고르는데 이거 쉽지 않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복잡한 과정만큼 음식은 또 맛있었어요. 직접 만들어 먹어서 그런가? 

지연) 저도 놀랐던 건 비건 음식이 생각 이상으로 맛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일반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지난 컬렉션 버스킹 때 비건드(비건 베이커리이자 건축문화공간)에 갔잖아요. 거기서 처음 비건 파이를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는 거예요. 예민하게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이 힘들 수도 있지만,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채식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다현) 그런데 재료를 하나하나 살펴봐서 좋았던 점도 있지 않았나요? 만들어진 음식이라면 몰랐을텐데 알고 먹으니까 재료 본연의 맛이 더 잘 느껴졌던 것 같아요. 

지연) 원효대사인가요?(웃음)

다현) (웃음) 그리고 지연님이 말한 것처럼 일반식이랑 비건식이 크게 다를게 없다고 느꼈어요. 그렇다면 고기 맛이란 대체 뭘까요? 우리는 진짜 고기를 알고 먹는 걸까요?

지연) 그러게요. 생각해보면 항상 의식 없이 고기를 소비해왔던 것 같아요. 고기 맛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먹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Q5. 사랑할까, 먹을까? 컬렉션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 뭘까요?

지연) 인간은 동물을 사랑하지만 또 먹잖아요. 그런 아이러니를 담은 게 컬렉션의 이유 같아요.

희연) 저는 동물권이란 것도 있다. 혹은 우리 사회에 이런 시선과 움직임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같아요. 느티나무도서관 컬렉션은 ‘무조건 뭘 해라’라고 강요 하는 게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비건과 동물권도 어렵게 생각 말고 슥 훑어 보면 좋겠어요.

다현) 『나의 비거니즘 만화』보선(푸른숲)엔 기형도 시인 글을 인용한 장면이 있어요.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턱턱, 짧은 숨 쉬며 내부의 가득한 시간의 숨 신뢰하면서 천국을 믿으면서 혹은 의심하면서 도시, 그 변증의 여름을 벗어나면서.

기형도, <비가 2-붉은달> 중에서

 

다현) 이걸 보곤 그동안 잊었던 말을 찾은 기분이었어요. 살아 있음은 누구에게나 위대하고 소중하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G7 컬렉션이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연)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돌아본 적 없는 일상에 질문을 던지면서요.

Q6. 끝으로, 동물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연) 너무 어려운 질문 아닌가요. 이건 피터 싱어(『왜 비건인가?』의 저자)도 대답하기 힘들 것 같은데.(웃음)

다현) 그러게요.(웃음) 그냥 우리 방식대로 편하게 말합시다.

지연) 완벽한 요법과 해결 방안이 아닌, 함께 고민하기. 이게 질문에 대한 저의 답 같아요. '채식만이 답이야! 공장식 축산 당장 없애!'가 아니라 문제점을 인지하고, 함께 어떤 행동과 생각으로 이어갈지를 고민하는 것. 완벽한 비건 한 명보다 덜 완벽한 비건 여러 명이 낫다고 하잖아요. 미성숙하더라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기 하는게 문제를 풀어가는 시작 같아요. 이런 고민을 같이 하는 순간 인간 아닌 다른 종과도 더불어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다현) 저는 동물권이 하나의 문제만이 아닌, 다른 차원의 질문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연님 말처럼 함께 고민하고, 그 질문들이 다체로워질 때 우리는 더 잘 살 수 있는 것 같거든요. 

희연) 생각해보면 동물을 부르는 말부터가 크게 바뀌었잖아요. 애완동물이란 말보다 반려동물이란 단어 사용이 늘은 것처럼요. 언젠가부터 동물에게 의지하고, 함께 사는 게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공존하는 방법이라고 하면 솔직히 무대포로 같이 살면 돼요. 소외시키지 않고 살비비며 사는 것만으로도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현) 희연님 말에 공감해요. 외면하지 않고 마주한다면 함께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그걸 직면하지 않으려고 해서 생긴다고 하잖아요.

희연) 맞아요. 인간도 얼굴 보면서 같이 사니까 사랑하고 함께 하잖아요. 동물과의 공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같이 살면 사랑할 수 있어요.

지연) 답이 나왔네요. 마주보기와 사랑하기. 고민하기와 질문을 이어가기. 어쩌면 공존하는 방법을 우리는 전부터 알고있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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