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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경기도지하철서재-낭독과 첼로 버스킹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8-11-28 조회수 : 9,176

다들 상쾌한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 정자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드릴게요.

바로 오후 3시에 정자역 지하철서재 옆에서 낭독과 첼로 버스킹이 열렸답니다!
<11월, 지하철로 떠나는 책 여행>의 두 번째 행사였어요.
 

 

 

 

오후 3시에서 4시, 영국인들은 이 시간을 '애프터눈 티타임'이라고 불러요.

퇴근이나 저녁식사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이 즈음에 영국인들이 즐기는 '애프터눈 티타임'처럼 

하루를 마무리 할 힘을 주는 따듯하고 달콤한 낭독회와 첼로연주를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의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답니다.

 


 


 

 

이번 행사의 사회를 맡아주신 느티나무 낭독회 멤버 오승미 님과 감미로운 첼로연주를 들려주실 주윤아 님이에요.

 

첫 번째 낭독 책은 이세 히데코의 <첼로, 노래하는 나무>입니다.

열 세 살 때부터 첼로를 연주한 그림책 작가 이세 히데코는 

이 책을 통해 첼로라는 악기와 음악, 그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에 대한 애정을 아름답게 그려냈어요. 

또한 글과 그림, 음악이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 느껴볼 수 있었답니다.

낭독이 끝난 후에는 윤아 님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1번인 프렐류드를 들려주셨습니다.

 

아름다운 첼로연주 때문인지 지나가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낭독버스킹 행사장으로 모이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 책은 하인이리 히아네의 시집 <노래의 책>이에요.

독일의 유명 작가인 괴테보다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의 작품은 이미 우리에게 많은 음악가들의 멜로디와 함께 친숙해요.

'노래의 날개 위에'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이 프로그램의 오프닝송이기도 한 유명한 곡 역시 하이네의 시에 멘델스존이 선율을 붙인 것이랍니다.

 

낭독할 시는 <노래의 책>에 수록되어 있는 <밤의 선실에서>예요.

멘델스존을 비롯한 차이콥스키, 브람스, 슈만, 마이어베어 등 

수 백명의 작곡가들이 이 시집에 실린 시들에 곡을 붙였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아두세요!

 

낭독은 느타나무도서관 회원이신 김을희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시의 구절들을 조금 살펴볼까요?

 

바다에는 진주가 있고

하늘에는 별들이 있지.

하지만 내 가슴, 내 가슴,

내 가슴엔 사랑이 있어.


바다와 하늘이 넓지만 내 가슴은 그보다 더 넓어.

내 사랑은 진주와 별들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고 반짝이지.


너 조그맣고 어린 소녀야,

드넓은 내 가슴으로 오렴.

내 가슴과 바다와 하늘은 

 

간절한 사랑에 허우적거려.

(후략)

 

 

 


 

세 번 째로 낭독한 책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자르트의 <모자르트의 편지>예요. 

35년간의 짧은 생을 살았던 모자르트가 생을 마감하기 2년 전에 작성했던 편지를 엮은 책이랍니다.

서른 셋, 청년의 나이였던 그는 52일간의 연주여행에서 사랑하는 아내 콘스탄체에게 편지를 보내요.

당시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아 가계가 어려워지고 있었지만 모자르트는 특유의 어린아이스러운 익살스러움을 잃지 않는답니다.

두 번 째 당부에서 건강에 항상 유의하라는 말을 통해 아픈 아내를 걱정하는 애틋함 또한 보여주지요.

낭독은 슬슬협동조합 활동가 홍주희 님께서 맡아주셨어요!

 

모자르트의 로맨틱한 편지를 다 같이 한 번 읽어봅시다.

 

아내에게


드레스덴, 1789년 4월 16일 밤 11시 반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내여!

아직 드레스덴에 있느냐고? 맞았어, 여보. 전부 다 자세히 설명해 줄게.

나와 함께 있는 후작 일행이 노이만 일가와 두셰크를 점심에 초대했어.

식사 중에 내일 저녁 5시 반부터 나한테 궁정에서 연주하라는 통지가 왔어.

여기서는 아주 특별한 일이야. 평소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거든.

이 소소한 연주를 위해 나는 폰 푸흐베르크에게 작곡해서 준 트리오*를 연주했지.

아주 괜찮은 연주였어. 두셰크는 ‘피가로’와 ‘돈 조반니’ 중에서 노래했지.

이튿날 나는 궁정에서 새 D장조 협주곡**을 쳤고, 다음 날이 15일 수요일 오전에는 매우 예쁜 상자를 받았어.


여보, 당신에게 바라는 것들이 있어.

첫째로, 쓸쓸해 하지 말 것.

둘째로, 건강에 신경을 쓰고 봄의 바깥바람을 만만하게 보지 말 것.

셋째로 혼자 걷지 말 것.

넷째로는 우리의 사랑을 확신하고 있을 것. 나는 당신의 예쁜 초상을 눈앞에 두지 않은 채로 당신에게 편지를 쓴 적이 한번도 없어.

다섯째로는 제발 부탁이니 행동상으로 당신과 나의 명예를 고려할 뿐 아니라 겉모습에도 신경을 쓸 것. 이 부탁에 노하지 말 것. 내가 명예를 사랑하고 있음으로써 나를 한층 더 사랑해 주겠지.

여섯째로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편지를 좀 더 자세하게 써줬으면 해.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내가 떠난 다음 형부가 우리집에 왔는지, 내게 약속한 것처럼 종종 오고 있는지, 랑게 내외도 온 적이 있었는지, 초상화는 얼마나 진행 되었는지 하는 것들이야. 이 모두가 나로서는 당연히 매우 관심 가는 일이니까.


그럼 안녕, 가장 사랑하고 최고인 당신.

당신을 1095060437082번 (이것으로 발음 연습이 되겠지)키스하고 꼭 껴안을게, 

언제까지나.


당신의 가장 성실한 남편이자 벗인

 

W.A. 모차르트



 


 


 

네 번 째 책은 모두가 다 아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예요.

다들 이 책을 언제 처음 읽으셨나요?

또, 언제 마지막으로 읽어보셨어요?

 

정말 최고의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죠.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라고 해요.

한국에도 백 여 종이 넘는 <어린 왕자> 번역서가 있지만 지난 8월 타계한 고 황현산 선생님의 책으로 '어린 왕자'를 함께 나누었어요.

 

"이 번역은 때때로 <엄숙하게> 말할 줄 아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다.”

- 옮긴이(황현산)가 책에 덧붙인 해설 중 

 

낭독은 사회를 보신 오승미 님께서 수고해 주셨어요. 

<어린 왕자>에서 정말 유명한 장면이죠, 어린 왕자와 여우의 만남에 나온 대사들을 살짝 살펴보도록 해요.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그러나 너는 잊으면 안돼. 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마지막 책이에요. 

윤석정 시, 이경영 그림의 <넉 점 반>이라는 동화책을 백성숙(글라라)님의 낭독으로 함께했답니다.

시계가 집집마다 없었던 시절, 동네 구멍가게로 시간을 물으러 심부름을 떠난 아기는 집으로 돌아가던 중

물 먹는 닭을 구경하고 개미때를 구경하고, 잠자리를 구경해요. 해가 기운 뒤 집으로 돌아간 아기.

이 넉살 좋은 심부름꾼처럼 바쁜 일상을 멈추고 자리에 함께 해 주신 분들을 위한 마지막 낭독이에요.

너무나도 귀여운 아기의 모습에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답니다. ^^

아, <넉 점 반>을 읽을 때 실제 시간이 4시 반에 가까웠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해드려요!

 

<넉 점 반>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 참 앉아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나니나

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윤아 님의 현란한 첼로연주를 끝으로!(앵콜 연주도 들려주셨어요)  

'낭독과 첼로 버스킹' 행사가 드디어 마무리 되었답니다.

 

시, 동화, 편지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낭독과 첼로선율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조금은 느려진 것 같아요.

한 어르신께서는 연락처를 적어주시며 앞으로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꼭 문자달라고 당부하시기도 했답니다.

너무나 바쁜 일상이지만 잠시 어제처럼 숨을 고르고 책과 사람, 음악과 함께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오늘 그리고 내일이 보다 따듯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들 무사한 하루 보내세요:)


*11월 27일(목) 오후 4시 광교중앙역에서 '11월, 지하철로 떠나는 책여행' 마지막 행사가 열립니다.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작가만남 및 사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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