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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가 만난 사람들 #09] 카페 뜨랑슈아의 유부영 님을 만나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5-05-21 조회수 : 1,015

느티나무도서관의 달콤한 휴식을 책임지는 카페 뜨랑슈아의 유부영 님을 만나다. 


 * '느티나무가 만난 사람들'은 느티나무도서관이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지역 주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젝트입니다.


지하 1층의 마당으로 나가는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카페 뜨랑슈아(이하 뜨랑슈아). 늘 뜨랑슈아에서 인사를 건네는 유부영 님을 만났다. 




 


느티나무에 있는 뜨랑슈아라서 일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유부영 님이 느티나무와 처음 만난 건 2024년 2월, 수지장애인복지관에서 느티나무도서관 안의 뜨랑슈아를 근무처로 소개받은 때였다.
앞마당에는 키가 큰 대나무가 있고, 카페가 노천에 있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 말처럼 느티나무의 뜨랑슈아는 탁 트인, 바람이 느긋이 부는 카페이다.
그는 다른 곳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느티나무도서관의 뜨랑슈아가 좋았다고 한다. 





 



뜨랑슈아SAY 3호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바리스타가 함께 음료를 만드는 훈련 현장 카페이다.
음료와 함께 판매하는 쿠키와 빵은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직업재활시설 지구촌보호작업장에서 만들어진다.
아침에 출근하는 느티나무 예비사서부터 늦은 오후 아이들을 데리고 오시는 이용자까지, 뜨랑슈아가 모두의 간식을 책임지고 있다. 




 

바깥을 향해 있다는 뜨랑슈아의 큰 매력은 그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겐 때로 힘든 점이기도 하다.
에어컨이 있어도 여름은 여름! 햇볕이 쨍하게 내리쬐는 한여름에는 지하 마당도 뜨거워진다.
가게 내부는 커피머신도 와플 기계도 뜨거워 직원에게 더욱 힘든 계절이다.
겨울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람들은 음료를 사서 뜰아래나 3층으로 사라지고, 지하는 조용하기만 하다. 



기후변화 때문일까, 올해는 웬일인지 담쟁이덩굴에 나방 애벌레가 잔뜩 나왔다.
유부영 님은 아침저녁으로 애벌레를 털고 쓸어내느라 바빴다. 



 

 






야외에 있어 다양한 손길이 필요하지만 유부영 님은 뜨랑슈아를 사랑하신다고 했다.
공기가 잘 통하고 햇볕이 따뜻하게 드는 뜨랑슈아.

유부영 님이 뜨랑슈아를 무척 아끼는 것은 예비사서의 눈에도 뚜렷하게 보인다. 늘 가장 먼저 출근해 마당을 쓸고 카페 불을 켜는 분.
예비사서들이 처음엔 그를 점장으로 오해할 정도의 책임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라고 답하는 그의 눈에 자신감이 반짝반짝했다.
뜨랑슈아의 메뉴 중 가장 자신 있는 것을 여쭈었을 때도 모든 메뉴에 다 자신이 있다고 답하셨다.
“내 손에서 나가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초록이 좋아서

 

     



그는 다양한 것을 성실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최근엔 식물 키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느티나무도서관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아래 마당 대나무의 푸른빛 덕분이었다고.
그는 식물을 잘 키우는 비결에 대해 “그런 건 없고, 나랑 잘 맞는 식물을 발견해야 해.”라고 답했다. 





“화원에 가면 날 데려가라고 말을 거는 식물이 있어.” 식물의 푸른빛을 소중히 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마음을 다해 식물을 기르는 모습 덕에 ‘느티나무도서관의 데메테르(그리스 신화 속 대지와 농경의 여신)’라는 별명도 얻었다.
마당에 있는 나리꽃, 제라늄, 상추 등을 자랑스레 소개하던 그는 귀촌에 대한 꿈 또한 밝혔다. 조그만 텃밭에 먹을 작물을 이것저것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유부영 님은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자주 방문하는 공간으로 1층의 ‘새책전시’, 뜰아래의 ‘깨알 컬렉션’을 꼽았다.
책을 고르는 걸 어려워하는데, 친절하게 전시된 책을 보면 눈이 절로 간다고 한다.
특히 뜰아래의 깨알 컬렉션을 통해 그림책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예비사서가 <멸치 다듬기>를 언급하자 “그거 정말 재미있었어”라며 화답했다.



 

그는 꾸준히 좋아해 온 것 중 하나로 ‘SF 장르’를 꼽기도 했다.
SF를 좋아하시냐는 예비사서의 질문에 “나는 스타워즈도 혼자 보고 왔어”라며 위풍당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재미있게 본 SF 작품으로 넷플릭스의 <얼터드 카본>, <로스트 인 스페이스>를 꼽았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해요. 황당한 거. 그래서 내 나이 60에 철이 없잖아.” 하는 그의 말에 예비사서들은 입을 모아 답했다. “좋아하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도전과 용기의 경험

“젊잖아요. 겁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유부영 님은 뜨랑슈아를 만나기 전 다양한 일을 해왔다고 한다.
20대부터 14년간 은행원으로 일을 했었고, IMF로 국가 경제가 혼란스러울 때 은행원을 그만둔 후로는 판매직, 조리원, 물류센터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그는 지난 일을 회상하며 “그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내가 일을 너무 잘했던 것 같다.”라고 말하고는 웃음을 보였다.
여유로운 모습 뒤에는 그가 지나온 도전과 용기의 시간이 보이는 것 같았다. 









곧바로 그는 예비사서들을 보며 겁내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정말 저걸 할 수 있을까?’하는 겁이 나기 마련이지만, 젊음을 무기로 용기를 내보라는 응원이 이어졌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웠는지를 생각해 보고, 그 일에 얼마든지 도전해 보라는 이야기.
그 익숙한 말이 많은 도전을 해온 유부영 님을 통해 더욱 힘 있게 전해졌다.






나만의 호수 옆에서
 





 


유부영 님이 추천한 책은 <살아있다는 것/유모토 가즈미/북뱅크>이다.
다리 위에서 강을 내려다보는 아이가 그려진 그림책은 꼭 색이 다 바랜 듯하다.
살다 보면 정말 어렵고 힘든 때가 있다.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 생각할 때, 누군가가 함께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때.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며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는 자신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고 말했다. 


 

“지나가니까 ‘내가 그랬었지’하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 

 

책 속 아이는 눈꽃 무늬 스웨터를 입은 아저씨의 말에 따라, 귀를 막고 자기 안의 호수를 생각한다.
소중한 사람, 친구, 아이가 만났거나 만날 사람들이 모인 호숫가. 그날 다리를 지나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며 아이는 다리를 건넌다. 


 

유부영 님만의 호숫가 옆에는 느티나무도서관과 카페 뜨랑슈아도 있을까? 

 

2025.05.07
인터뷰: 예비사서 윤소정, 이서윤,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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