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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예술 하는 마음ㅣ2023년 5월 작은 포럼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3-05-19 조회수 : 2,944

지난 513, 아주 오랜만에 작은포럼이 열렸습니다.

작은포럼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고민을 이웃과 나누는 시간입니다.

둘러앉아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경험과 시선을 나눕니다.

 

이번 주제는 <예술 하는 마음>입니다.

마을에서 예술이 가능할지, 내가 하는 게 일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제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예술가들을 패널로 초대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을 자주 이용한 분들이라면 도서관 곳곳에 전시된 파인걸즈의 작품이 눈에 익을 겁니다.

파인걸즈는 입시 미술에서 벗어난 미술을 하기 위해 모인 청소년 동아리입니다.

2016년 겨울, 자신의 취향과 개성이 오롯이 담긴 그림을 전시하고자 느티나무도서관을 찾았습니다.

10대와 청년이 둘러앉아 꿈, 직업, 진로를 이야기했던 작은포럼 에도 참여했습니다.

 

 

 

파인걸즈의 멤버였던 김영혜 작가는 멋진 예술가로 성장해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을 주제로 한 졸업 작품을 들고 다시 느티나무를 찾았습니다.

작은 포럼이 진행되는 동안 김영혜 작가의 작품 비타민(2016), 두 발밑의 은어(2022)를 함께 전시했습니다.

 

 

 


 

 

포럼은 허소연 님의 프레드릭낭독으로 시작했습니다.

김기원 님이 악보 대신 그림책을 넘기며 즉석에서 배경 곡을 연주했습니다.

모두가 집중하는 순간!

 

 

#자기소개

 

신소민: 패널이자 사회자로 참여한 느티나무도서관 예비사서다. 나의 예술은 춤이다. 대학교 중앙 스트리트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힙합 장르 공연을 하기도 하고 안무를 짜기도 한다. 돌아가며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허소연: 나는 배우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기하고 싶은 꿈이 있다. 지금은 학교에서 수업도 하고 필라테스 강사로도 활동한다.

 

Q. 맡고 싶은 배역이 있는지

A. 안 해본 배역. 키가 커서 항상 여리여리한 배역을 많이 했다. 건강하고 씩씩한 역할, 액션 같은 거 해보고 싶다

 

 

 

 

 

강효정: 독립 공연 예술가이자, 문화 예술 기획자이다. 공연을 올리고 문화 예술 교육 프로그램도 연다. 숲에서 시를 읽고 도서관에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Q. 어떻게 문화 예술 기획자가 되었는지

A. 무대 공연 배우로 활동하다가 결혼과 출산으로 잠시 일을 쉬었다. 2015년에 아침이라는 1인 공연 예술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고, 이 작품을 전국에서 공연했다. 처음에는 예술 기획이 내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법인도 만들고 공모도 하고 기획서도 작성하고 있다. 예술 프로젝트를 발상하여 기획하고 실현해 낸 것이 재미있었다

 

 

 

 

 

김영혜: 미술을 전공하고 있고, 이번 포럼에는 작품으로 함께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을 가르치는 입시 강사로 일하고 있다.

 

Q. 7년이 지난 지금 도서관을 다시 떠올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졸업 전시회를 하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순수 미술 전공이다 보니 교수님들이 전시 제안서를 써보라고 권해주셨는데, 이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했던 전시가 생각났다. 그래서 도서관에 무작정 찾아와 또 전시할 수 있을지 물어봤다. 2016년에 전시를 함께했던 사서님이 있어서 깜짝 놀랐고, 굉장히 반가웠다

 

 

 

 

 

권도윤: 미술을 전공하는 유학생이다. 현재는 휴학 중. 유학길에 오를 때는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학교에 다니다 보니 여기 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미술인으로 살길을 스스로 찾기 위해 휴학했다.

 

Q.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힘이 무엇인지

A. 휴학하기 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결국 예술 쪽으로 돌아오더라. 그렇게 프로젝트를 하나 기획했는데, 바로 방탈출이다. 공간을 어떻게 표현할지, 내 의도를 알아줄지, 탐구하다 보니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김기원: 가천대학교에서 클래식 작곡과 연주를 하고 있다.

 

Q. 프레드릭낭독에서 연주를 담당해 주었다. 만들어진 악보가 있었던 게 아니라, 책을 보며 연주하였는데 어떻게 한 건지

A. 처음에는 프레드릭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여 이야기에 집중될 수 있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작곡이 어렵더라. 전날에 이것저것 쳐보다가 그냥 상황에 맞는 곡을 해보자, 해서 책을 보며 연주하는 방향으로 준비했다

 

 

 

 


 

 

#내게 예술은

 

 

패널 소개를 마치고 자리에 모인 분들에게 마이크를 넘겼습니다. ‘내게 예술은 OOO이다.’ 를 키워드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했습니다.

 

- 나의 표현 기법이다. 2016, 다이어리에 이루고 싶은 일을 적었고 7년이 지난 지금 적힌 모든 것을 이뤘다. 나를 믿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탐험이다. 탐험을 위한 영감을 얻고자 포럼에 참석했다.

 

- 일상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게 예술을 삶을 살아가는 것. 일과 삶을 일치시키는 것이 목표다.

 

- 요가와 명상을 즐겨하고 있다. 중요한 건 호흡이더라. 예술도 호흡과 같다고 생각한다.

 

- 예술에 대해 잘 모르겠다. 현장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내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다.

 

 

 


 

 

포럼 며칠 전, 도서관 한복판에 질문 게시판을 설치했습니다. 이웃들에게 예술 하는 마음을 물었습니다.

 

도전하고 싶은 OOO?”

내게 예술은 OOO이다.

나는 OOO을 합니다.

 

2부에서는 질문에 달린 답변을 바탕으로 예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예술과 재능의 관계

이웃의 쪽지: 예술은 가까워지고 싶은 친구

 

참여자 1: 중학교 때 미술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 같은 나뭇잎을 그렸는데, 표현 기법이 너무 다르더라. 친구는 너무 잘 그렸는데 내가 그린 나뭇잎은 별로였다. 그렇게 예술과 멀리 지내다가, 인생에서 물음표가 생긴 순간이 찾아왔다. 그때 뭘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목공을 시작했다. 하다 보니 되더라. 예술이 먼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김영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세 번의 입시를 겪으면서 내가 남들보다 재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보니 항상 엎치락 뒤치락 하더라. 잘하던 친구가 우는 날도 있고, 손끝이 무딘 친구가 잘 그리는 날도 있다. 재능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한한 표현

이웃의 쪽지: 예술은 표현하는 것

신소민: 나는 내 생각을 예술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래에 맞춰 표현하고 싶은 걸 춤으로 표현해 봐,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게 어렵다. 표현에 부딪히는 기분.

 

권도윤: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를 통해 내 이야기를 확실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학 중 자화상과 문화에 토론하는 수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나를 포함하여 국제 학생이 두 명 있었는데, 의견을 전혀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파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그림을 그렸다. 이후에 내 그림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생각을 함께 표현할 수 있었다.

 

 

 

 

#필연적인 열등감

이웃의 쪽지: 예술은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기만 해도 행복해 지는 것

김영혜: 나는 내 분야가 아닌 예술을 볼 때 더 행복했다. 보기만 해도 영광이고 기쁘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 분야로 넘어왔을 때,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을 보면 행복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참여자 2: 나도 비슷하게 다른 예술가가 한 만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시작하기가 무서워지더라. 다른 사람에게 포인트가 맞춰졌지, 나의 즐거움은 잃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책 읽는 모임을 시작했다. 참여자 중 한 명이 독립서점 사장님이었는데, “하다가 힘들면 그만두면 된다, 우리가 즐겁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열등감을 느끼고 있을 때 내가 즐겁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정말로 즐거운지 생각해 보면 이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허소연: 얼마 전 내가 속해있던 극단이 공연을 열었다. 나는 결혼, 출산 이후 경력 단절의 시기였다. ‘공연이 보고 싶은데 안 보고 싶어라는 생각을 했다. 열등감 내지는 부러움 아닐까. 잘 되는 걸 당연히 응원하지만 당당하게 보러 갈 자신감이 없었다.

 

강효정: 나도 배우로서 비슷한 시기를 겪었다. 나는 결혼을 조금 늦게 했는데, 남자 배우들이 안정될 시기에 여자 배우들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에 일상과 예술을 함께 하는 삶을 지향하다 보니 열등감을 극복했다. 나는 확신에 찬 예술이 없다고 생각한다. 불안이 없다면 과연 예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작업자가 가지고 있는 불안은 열등감의 기본이다. 열등감은 모두가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나쁜 것이 아니다.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뜨겁게 타오르던 서로에게 박수를 치며 작은포럼을 마무리했습니다.

포럼이 끝난 뒤에도 아직 못다 한 이야기를 복작복작 나누던 현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십시일반 모아주신 간식은 모두가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김영혜 작가의 작품은 1.5F에서 계속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예술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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