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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가 만난 사람들 #02] 문인로 구운참 권영오님을 만나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4-04-02 조회수 : 213

느티나무도서관, 문인로 구운참 권영오님을 만나다.

 

* '느티나무가 만난 사람들'은 느티나무도서관이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지역 주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젝트입니다.

 

 

“너무 좋아서 놓지를 못하는거야”

 

가게는 주인장의 성품이 그대로 묻어났다.

소박한 작업대와 오븐, 몇 개의 화분과 작은 테이블, 막 읽다 내려둔 듯 무심한 책 몇권이 전부다.

느티나무와 권영오님의 첫 인연은 작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인로를 걸어요’ 축제 준비가 한창일 때였다. 옆 가게 젊은 상인들이 벌이는 일에 “와! 재밌겠다!”라며 선뜻 함께 해 주시는 넉넉한 품에 용기를 내어, 느티나무도서관 컬렉션 서가를 가게에 둘 수 있는지 물었고, 그 또한 일사천리로 성사되었다.

겨울을 보내고 마지막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3월 말, 다시 문인로 권영오님을 찾아갔다. 직접 만드신 떡과 따뜻한 차 한모금을 마시고 나니, 곳곳에 무심히 펼쳐진 들꽃 자수가 눈에 들어온다. 떡만 만드시는 줄 알았는데 들꽃자수 솜씨도 수준급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살림만 해오던 권영오님은 마흔이 넘으며 삶이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어 떡을 배웠고 몰두해서 하나하나 완성하는데 희열을 느꼈고, 그때만 해도 매장을 열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지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며칠 밤낮을 세워 한과 선물세트 100개씩을 만들면서도 고단함보다는 뿌듯함이 컸다.

아이들 학교에서 만난 학부모 몇몇과 고기리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화센터’(이하 꼬꼬문)를 열면서 취미가 일로 바뀌기 시작했다.

꼬꼬문을 운영하며 들꽃 자수와 떡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 만나는게 좋아 여러 활동을 지속해왔지만 사람에 대한 힘듦을 마주하기도 했다.

 

가족의 응원으로 시작하다.

 

“ ‘그래 하자’ 그러면서 시작했어요. 전 한다고 생각하면 해야 돼요.”

 

 

구운참은 가족끼리 즐기던 간식에서 시작되었다.

“이거 팔아볼까?”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오늘의 구운참을 열게 된 계기였다. 남편은 말렸고, 아이들은 “해보자”고 부추겼다.

권영오님은 가족의 응원으로 무작정 문을 열게 되었다 했지만, 가장 큰 동기는 인터뷰 내내 보였던 그의 열정과 적극적인 움직임 덕분인 것 같다.

“구운참” 이라는 이름의 뜻을 물었더니 ‘구운 떡을 (새)참으로 먹으면 좋다’는 의미라며 이름도 자녀들이 직접 지어줬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운참은 이제 문인로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느티나무와 함께 하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학부모들과 꼬꼬문 활동을 이어간 것처럼 구운참을 열고나서도 주변 상인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그것이 느티나무도서관까지 연결되어 *<골목을 바꾸는 작은 가게들>, <문인로를 걸어요>까지 닿게 된 것이다.

올해는 한발짝 더 나아가 ‘느티나무 문인로 낭독회’를 운영하시게 되었다며 살짝 미소를 지으셨다.

잠깐의 짬을 내기도 바쁜 상인들이 두런두런 책을 읽는 모습은 어쩌면 생경한 풍경이겠지만, 그것이 문인로를 바꿔 갈 힘이 되어줄 것을 믿는다.

* 2023년 10월 말에 진행된 느티나무 컬렉션 버스킹 <골목을 바꾸는 작은 가게들>은 문인로 상점의 특색에 맞춰 컬렉션을 구성하여 가게에 들린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기간에 <문인로를 걸어요>라는 지역 예술가와 함께하는 축제가 하루 동안 진행되었으며, 권영오 사장은 아이들과 함께 백설기를 만드는 부스를 운영하였다.

 

<심플하게 산다>_도미니크 로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중요한게 무엇인지 잡을 수 있었어요.”

 

 

권영오님은 인터뷰 내내 나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나이들면서 성격도 마음도 여유로워졌다고 한다.

인생 책을 물었을 때 그는 고민하는 기색없이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를 꼽았다.

지금의 모습에 영향을 준 책이 그의 인생책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젊은 시절 권영오님은 갖고 싶은 게 많아 사서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한다.

이 책을 만나고 나서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권영오 사장의 여유롭고 편안한 모습은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알게 되고,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생긴 만족스러움에서 묻어난 것이 아닐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권영오님은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좋아하는 것을 나누면서 지내고 싶다고 전했다.

느티나무 그리고 주변 문인로 상인들과 함께 하는 앞으로를 기대하며

따뜻하게 구운 ‘구운참’과 닮은 권영오님과의 인터뷰를 마친다.

2024.03.20

인터뷰: 예비사서 권기록, 이지현, 한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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