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회 한구절]<하얀 앵두>, 『배삼식 희곡집』 중에서
by AA희곡낭독회
권오평 : 5억 년 전 어느날... 그렇게 이 녀석은 영문도 모르고 흙 속에, 그 흙이 굳어진 바위 속에 봉인됩니다. 그리고 여행이 시작되죠. 적도에서부터 지금 이 자리까지... 5억년, 상상이 되세요? (5쪽)
권오평 : 화석은 찾아내는 것보다 찾아내는 순간을 기록하는 게 중요해요. 어느 지층 속에, 제 어미 품에 있는 걸 캐내야 일종의 출생증명서가 생기는데, 이 녀석은 그게 없거든요. 일종의 미아죠. (6쪽)
반아산 : 사는 게 낭빈데 뭐. (14쪽)
권오평 : 약은 약인데요, 갈아서 먹거나 뼈 붙이는 데 쓰는 게 아니구요, 조급증에 쓰는 약입니다. 사용법은요, 주머니에 이렇게 넣고 다니다가 막 어떤 놈이 패 죽이고 싶도록 밉고, 세상이 억울하고, 가슴에 열불이 나서 펄쩍펄쩍 뛰고 싶고, 내 사는 꼬라지가 왜 이 모양인가 싶을 때, 이걸 딱 꺼내서 들여다보는 겁니다... 한 5분만 그러고 있으면 효과를 보지요. (19쪽)
권오평 : 하다못해 우리나라 화석도 웬만한 건 일제 때 고바야시란 놈이 다 해 처먹었으니, 이런 씨팔......! (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