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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싱그러운 십대들이 벌인 낭독회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9-08-17 조회수 : 176

 


 

 

 

찜통 여름이 반환점을 돌아 개학날이 다가오는 소리가 얕게 들리기 시작한, 귀하디 귀한 주말 오후. 

느티나무도서관 한복판인 1층 중앙탁자에 특별한 사람들이 모였다. 

14세, 중학교 첫 학기를 마친 친구들, 그리고 그 한 명의 한 살 아래 동생이다. (이 5명이 모이게 된 사연이 재미있는데, 마지막에 덧붙이겠다.)

8월 10일(토). 이들이 동화 한 편을 도서관 방문자들에게 들려주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작가 송미경의 동화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설정이 특이한 판타지다. 

어느 날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로, 한 쌍의 고양이가 찾아온다.

"난 네 아빠다. "  "나는 네 엄마야. 빨리 데리러 오지 못해서 미안해."

고양이 부부는 주인공을 '아비가일'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부르며 자기들이 낳은 친자식이라고 말한다.

고양이들은 집으로 찾아와 주인공의 엄마와 옥신각신하고, 주인공은 평소 엄마가 싫었던 이유를 하나씩 떠올리게 된다.

 

 

 

 

 

배역을 나눠 맡은 건 5명, 낭독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낭독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낭독자들에게서 눈길을 돌리지 않고 열중했다.

어머니들은 일찌감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옆에 앉은 어린이들은 '나도 저 언니 누나처럼 해보고 싶다'는 눈빛이었다.

아마 열람실 곳곳에 있던 사람들은 어느새 귀를 쫑긋 세우고 주인공이 어느 부모를 선택할지 상상하고 있지 않았을까. 

 

낭독을 마치고 친구들은 미리 준비한 화제를 꺼냈다. 십대들의 목소리가 실감 났다. 

 

태윤 : 자기가 맡은 배역에 대한 생각을 각자 말해보겠습니다.

서현 : 지은이는 고양이 부부와 잘 맞는 반면에 지은이 엄마와는 잘 맞지 않았던 캐릭터였습니다.

동주 : 제가 생각하는 검은 고양이는 나른하고 되게 친근하면서도 진짜 고양이다운 고양이였습니다.

서영 : 제가 생각했던 흰 고양이는 언제나 느긋하고 여유롭지만 때로는 현명한 점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였던 것 같습니다.

도연 : 제가 생각하는 지은이 엄마는 굉장히 짜증이 많고 또 삶을 살면서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은이를 굉장히 아끼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였으나 지은이를 많이 배려해주지는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태윤 : 제가 생각하는 지은이 이모는 지은이 이모와 티격태격 잘 싸우는 걸 보니 지은이 엄마와 친한 것 같고 

          지은이와의 사이도 좋고 지은이 엄마보다는 차분한 성격인 것 같습니다.




 
            태윤 : 다음으로 내가 만약 지은이였다면 고양이 부부를 따라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볼 텐데요 먼저 저희들의 의견을 말해보겠습니다.

서현 : 저라면 지은이처럼 고양이 부부를 따라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고양이 부부는 잘 맞고 성격도 좋은데 

          일단 밖에 나가면 생계가 너무 걱정이 돼서 그냥 잘 맞지 않더라도 부모랑 살 것 같아요.

동주 : 저라면 따라갈 것 같아요. 저는 일탈욕구 같은 게 생겨서 따라갈 것 같아요.

서영 : 저는 따라가지 않을 것 같아요. 일단 초등학교 여학생이 길거리에 나가 가지고 생활을 한다니 너무 위험하잖아요. 

          생각해봐도 며칠 안 가서 경찰한테 잡혀가거나 아니면 어떤 사람한테 잡혀가거나 아니면 병 걸리거나, 

          너무 위험한 일이 많아서 저는 따라가지 않을 것 같아요.

도연 : 저도 마찬가지로 제가 만약 지은이라면 고양이 부부를 따라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며는 일단 밖으로 나가면 정착해서 어딘가에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잠을 잘 때도 불편할 것이고 

          핸드폰이라든가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도 사용할 수 없을 텐데 그러면 너무 불편할 것 같습니다. 

태윤 : 저도 고양이 부부를 따라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제가 벌레를 되게 싫어하는데 밖에는 벌레가 너무 많을 것 같고 

          또 쓰레기도 많고 휴대폰도 못 쓰고 돈도 없고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대부분 고양이부부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하셨네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혹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실 분 계신가요?

 

청중1 : 저는 한 번 따라가보겠어요. 따라가서 생활을 해보고 너무 힘들면 다시 돌아오는 거로. 그렇게 한 번 자유를 만끽해보겠습니다.

 

태윤 : 혹시 다른 분 없으신가요? 그럼 이상으로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 낭독회를 마치겠습니다.

 

 

 

친구들 목소리는 진지하고 차분하고 스스럼없었고, 마친 뒤 얼굴엔 만족스런 웃음이 피어났다. 

 

친구들과 연습 날에도 같이했던 나도 기분이 참 좋았다. 학교와 가정에서 

선생님과 부모 들이 '까다롭고 까칠해서 대하기 어렵다'곤 하는 십대들.

일상의 짜증과 피로로, 사람들은 생생한 개성이 묻힌 무덤덤한 가면 같은 얼굴을 할 때가 있다. 

거기서 살짝 비껴나, 자기다운 얼굴로 나타난 십대 친구들은, 내게 마냥 싱그러워 보였다. 

그들을 만나는 행복을 도서관에 온 많은 이들과 함께해서 얼마나 좋던지. 

'30분을 많은 사람이 즐겁게 보내는 멋지고도 간단한 방법'으로 강추한다. 

 

 

 

덧1.

낭독회를 하자고 이야기가 된 뒤 첫 연습모임에 나온 사람은 단 2명. 약속한 사람들에게 사정이 생겼다. 

혹시나 싶어 그전에 말을 넣어둔 친구가 있었는데, 연락하니 할 수 있다는 답이 왔다. 

연습 날 그 친구는 자기처럼 '시간이 남아도는' 친구라며 10분 통화하여 설득에 성공했다.

또 한 친구가 동생을 몇천 원으로 설득한 뒷이야기는 생략하겠다. 

 

덧2. 혹시 궁금해할 분을 위해.

연습모임은 한 시간 정도씩 두 번 했다. 첫 모임에 홍보할 포스터 만들고 한 번 읽었고, 

두 번째는 첫 번째 못 온 사람까지 다 모여서 두 번 읽었다. 모였을 때 읽는 것만도 연습이 되었고, 

아마 집에서 한 번씩 더 읽었는지, 당일엔 아주 유창했다.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는 송미경 동화집 <돌 씹어 먹는 아이>(문학동네)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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