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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사서 인터뷰] 사서, 만만찮지만!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0-06-25 조회수 : 8,357

예비사서 2기 김기담, 홍경옥입니다.  


예비사서로 느티나무도서관에 근무한 지 네 달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용자들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해 아쉬웠지만,

5월 이후 도서관이 조금씩,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이용자를 만나 반갑고 설레었습니다.

동시에 앞으로 예비사서 1기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도 안 남았습니다.


예비사서 1기의 인턴십이 끝나는 아쉬움을 인터뷰로 풀어 봤습니다.

11개월 동안 어떤 것을 느끼고, 배웠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중 마음에 오래 남는 이야기를 추려서 공유합니다.

 

 

 

 

 

Q. 예비사서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소희) 도서관에서 알바를 1년쯤 하던 중 인턴십 소식을 들었어요. 그때는 알바나 봉사활동 외에는 도서관 경험을 할 기회가 없어서 인턴십이 정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지현) 소희님이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배울게 정말 많다.”, “관장님이 정말 멋있으시다.”라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리고 도서관 업무를 깊게 배울 수 있는 기회라서 인턴십에 지원했어요.


Q. 휴학을 결심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소희) 사실은 고민됐어요. 졸업이 한 학기 남은 시점이라서 졸업 후 바로 취직을 할까 고민했지만 아직 도서관 사서가 될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휴학을 한 번도 안 했으니까 이참에 휴학하고 인턴십을 통해 1년 정도 배움의 기회를 가져보려고 시작했어요.


지현) 당시 다른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주변 문헌정보학과 재학생이나 사서분들이 휴학하지 말고 취업계를 내라고 하더라고요. 하루 빨리 사서 자격증을 얻어서 취업을 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휴학을 하지 말아야 하나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휴학 안 했으면 못 버텼을 것 같아요. 


Q. 느티나무도서관의 첫인상은 어땠어요?

소희) 첫 출근은 많이 떨렸어요. 어떤 업무를 맡게 될까, 평일에 만나는 이용자들은 어떨까… 그리고 사서들의 업무도 직접 보고 같이 할 수 있으니 좋았어요. 제가 경험한 도서관과는 달리 더 편안하고 느긋하게 책을 대출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기대됐어요. 


지현) 조용하지 않고, 자유로운 도서관이라는 인식을 받았어요. 조용히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게 참 많겠구나 싶었죠.

 

 


 

 

Q. 처음 수서회의 들어갔을때 힘들지 않았어요?

소희) 다들 전문적이어서 힘들었어요. 책에 대한 애정이 다들 넘치시는 것 같았어요.


Q. 예비사서가 되고, 수서회의에 처음 참여했을 때의 책 고르는 기준과 지금 책 고르는 기준의 변화가 있나요?

지현) 독자들에게 치우친 생각을 줄 수 있는 것은 가려내고, 생각해 봤으면 하는 주제의 책을 고르게 되었어요. 그리고 도서관에 같은 주제의 책이 많지 않은 것으로 골랐어요. 


소희) 처음 참여했을 때는 책을 볼 때 어떤 부분을 주목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제가 좋아하는 책을 넣으려 했어요. 아동문학의 수서 담당이 되었을 때 책의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하는지, 저자와 출판사를 볼 때는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사서분들께 그 부분을 직접 여쭤보고, 제 스스로도 수서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 공부해 가면서 지금은 검증된 자료, 책의 완성도가 높은 자료들을 고르려고 합니다.


Q. 책에 대한 애정이 생겼나요?

소희) 아동문학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기도 하고,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뚜렷하게 알게 되니 책에 대한 애정도 함께 생겼어요.

 

지현) 처음보다 책을 보는 시야가 조금 넓어진 느낌이에요. 

 


 

 

 

 

Q. 올해 2월부터 전체회의에 참여했는데 어땠어요?

소희) 느티나무도서관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어요. 전체회의 참여하기 전에는 소외감이 들기도 했어요.


지현) 도서관에 관련된 단체와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도서관 직원들이 내부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외부 단체, 지역사회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전체회의 참여 이후, 업무 진행 속도가 빨라졌어요.


Q. 잊을 수 없는 이용자가 있나요?

소희) 알바할 때부터 봤던 두 명의 아이들이 생각나요. 예비사서 하면서 그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어느 순간 저를 못 알아보고, 말을 걸어도 피하더라고요. 많이 아쉬워서 잊을 수 없어요.


지현) 작년 겨울에 한 아이가 대표로 와서 가족 회원증을 다 만들었던 게 기억나요. 대부분 부모님이 와서 자녀들의 회원증을 같이 만드는데, 아이가 본인 회원증뿐만 아니라 가족들 것도 만든 게 기특하다고 생각했어요. 잠시 후 종이를 가져다주더라고요. 제 모습과 책꽂이가 그려져 있고, “사서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그 이용자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소희) 확실히 뜰아래(B1F)에서 만난 이용자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3층을 제외하고 전층 카운터 경험이 있지만, 뜰아래에 오는 어린아이들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넘쳐요.

 

 


 

 

Q. 예비사서로 일하며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요?

소희) 저는 ‘엄마와 딸 사이’라는 문학 컬렉션을 만들었을 때를 진짜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처음 만든 컬렉션이다 보니 신중하게 접근해서 자료를 모았어요. 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요. 


지현) 이용자가 친절하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할 때, 직원분들이 수서회의에서 좋은 책을 골랐다고 칭찬해 줄 때 뿌듯하더라고요.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는 차경님이 다른 도서관 사서분들이랑 워크숍을 할 때, 제가 인용한 참고서비스 글을 보고 어떻게 이런 글을 참고했냐며 감탄 섞인 카톡을 받았을 때예요.


Q. 소희님은 ‘엄마와 딸 사이’ 컬렉션에 애정이 간다고 했는데, 지현님은 어떤 컬렉션에 애정이 가나요?

지현) ‘나는 왜 이 일을 계속하는가’ 컬렉션 자료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은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천주희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김혜진 <9번의 일>, 김효은 <나는 지하철입니다>예요.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 일과 노동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컬렉션이라 좋았어요. ‘왜 이 일을 계속하는가’라는 질문을 예비사서 하면서 생각했듯, 앞으로 직장을 다니면서도 잊지 않고 떠올리면 좋겠어요.

 




 

 

Q. 제일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소희) 고정 업무와 회의를 통해 받는 업무가 있는데, 한번에 일이 몰려서 너무 어려웠어요. 어떤 업무부터 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때마다 힘들고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지현) 느티나무의 언어와 정확한 의미 전달 사이의 갈등이요. 도서관 이용 제한 포스터를 만들 때 느티나무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금지’라는 단어를 느티나무 언어로 제한적이라는 것을 표현해야 되는데 정확한 의미 전달이 되지 않아 힘들었어요. 느티나무 언어를 쓰면 다른 직원이 안 와닿는다고 하고, 정확한 의미 전달을 할 수 있는 단어로 바꾸면 또 다른 직원이 너무 단호하다고 해서 혼란스러웠어요. 이용자도 안내문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느티나무도서관 이용자를 위한 배려라고 하지만, 과연 이 언어가 누구를 위한 언어인가 의문이 들었을 때 힘들었죠.

 

 


 

 

Q. 예비사서 전과 후, 사서와 도서관에 대한 인식 중에 바뀐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소희) 보통 사서가 정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드러나지 않는 업무가 정말 많아요. 도서관 자료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역사회 연대, 시민단체 협업 등 다방면의 업무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사서는 멀티플레이어여야 된다고 느꼈어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죄가 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도서관 직원들은 백조 같아요. 외부에서 보면 우아하지만, 내부에서 보면 열심히 일하니까요.

 

지현) 사서는 아는 것이 많아야 하는 것 같아요. 일단 책을 보면 단순히 어떤 책이 인기가 많은지 아는 것을 넘어서 요즘 이용자들이 원하는 책이 무엇이고, 어떤 책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된다고 느꼈어요. 그렇지만 업무량이 많아서 힘들고, 책 읽을 시간이 따로 없어서 따로 시간을 내어 책을 읽어야 하죠. 책뿐만 아니라 사회의 흐름, 도서관 내외부의 모든 일들을 다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이용자의 질문 폭이 넓기에 책을 단순하게 아는 것이 아니라 깊게 알아야 정말 좋은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화요일은 어떤 기분일까요?

소희)  Freedom. 


지현) 일단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되고,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돼서 좋아요. 하지만 정겨웠던 느티나무를 보지 못하는 건 그립지 않을까요?

 


 


 

 

Q. 나에게 느티나무란?

소희) 느티나무는 느티나무죠. 예비사서가 끝나고, 몇십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우직하게 지키고 있을 것 같고, 언제나 놀러 올 수 있는 쉼터,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지현) 차근차근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던 곳. 직원들로부터, 이용자들로부터 배울 것이 많았던 도서관이에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소희) 졸업 시험을 열심히 준비해서 통과하는 거예요. 그리고 사서의 자격을 갖추는 게 중요하니까 포토샵 공부와 사서 준비에 열심히 매진할 것 같아요.


지현) 카운터에서 이용자에게 책 추천해 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나만의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려고 해요.

 

소희) 이미 출판사나 도서관에서 뽑은 추천도서 목록이 많지만, 나만의 목록을 만들면 이용자들과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Q. 예비사서 2기, 3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지현) 일에 지치고 스트레스 받을 때 극복할 방법이 하나쯤 꼭 있으면 좋겠어요.  


소희)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게 돼요. 11개월이 짧지 않은 긴 시간이니 페이스 조절을 꼭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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