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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북토크_컬렉션 버스킹 12 우리가 재난을 마주할 때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2-12-21 조회수 : 3,582

 

컬렉션 버스킹 12

New Wave New Library

우리가 재난을 마주할 때

느티나무도서관

2022.12.11.(일)-12.27.(화)
 

열두 번째 버스킹은 느티나무에서 엽니다. 
곳곳을 여행하고 도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안녕하셨는지요.

남아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잊지 않으려는 마음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
당신과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일시 2022.12.11.(일)~12.27.(화)

장소 느티나무도서관 곳곳

 


 

12월 11일,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우리가 재난을 마주할 때라는 제목으로 컬렉션 버스킹을 열었습니다.

버스킹 첫날,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를 쓴 김홍모 작가와 책의 주인공 김동수, 김형숙 님 부부를 만났습니다.

토크 진행은 변상철 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그날 나눈 이야기, 서로에게 건넨 응원을 전합니다.

 

 

느티나무도서관 또래낭독회 멤버들이 행복한 거인 존〉(아놀드 로벨 저)을 낭독하며 행사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거인 존은 울지 않았어요.

그리고 무너진 성을 다시 쌓아 올렸어요.

(...)

예전과 똑같지는 않았지만,

왕과 왕비, 공주와 강아지는

새로 지은 성도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책 이야기에 앞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하신 오지원 변호사님께서 참사의 미래, 지금 시작된다라는 제목으로 발제하셨습니다.

 

오지원 | 세월호 참사 이후 10.29 참사까지, 참사의 반복을 속상해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다. 이 발제의 제목을 <참사의 미래, 지금 시작된다>라고 정한 이유는 '결국은 지금 안 하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된다'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종합보고서 내용을 보면, ‘지휘 협업의 부재 및 결정 지연’, ‘현황 파악과 정보 제공 미흡’, ‘체계적 소통과 지원 미흡’, ‘상황 은폐로 인한 불신 초래’… 와 같은 내용들이 마치 이태원 10.29 참사를 설명하는 것처럼 똑같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상황 인지를 정확하게 하지 못했던 것이 큰 문제였다. 그런데 이번 10.29 참사도 마찬가지다. 지휘라인에서 계속 연락이 안 되거나, 상황 보고를 받는 게 늦어지고, 각 부처끼리 협업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또 실질적으로 기관 간 소통 및 협업 훈련이 안 된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미국의 경우 긴급 상황에 대비하여 본인들이 구조할 수 있는 인력보다 3배 정도는 더 구조해야 한다는 각오로 훈련한다. 또 병상도 평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의 2~3배까지도 수용할 수 있게 준비해두고 병원에서도 지속적으로 훈련한다. 이렇게 긴급 구조 절차가 잘 이루어지려면 경찰, 소방 측과 병원이 같이 훈련해야 한다.

 

결국 10.29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원인은 다르지만, 대응상의 문제는 똑같이 반복된 참사였다. 우리가 계속 경각심을 높여가고, 목소리를 내는 활동은 과정 자체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처럼 이렇게 김동수, 김형숙 님 부부가 계속 목소리를 내주시는 것이 우리 사회 변화에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김홍모 작가와 김동수, 김형숙 님 부부의 첫 만남은?

 

김홍모 | 용산 참사 등 사회적 목소리를 담은 만화를 그려왔다. 세월호 참사도 언젠가는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면으로 마주 볼 용기가 안 났다.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친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을 만난 자리에서 김동수, 김형숙 님을 만났다.  

 

사실 예전에는 생존자에 대한 생각은 못 했다. 뵙고 나서야 그분들이 어떤 힘든 일을 겪고 있는지 알게 됐다. 세월호에서 그렇게 많은 승객을 구했는데, 구한 승객은 전혀 기억을 못 하고 구하지 못한 승객만 기억하며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그리고 직접 겪은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어디서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고, 제대로 기사도 나오지 않아서 '아,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Q. 김홍모 작가가 처음 인터뷰를 제안했을 때, 세월호 생존자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김동수 | 저는 그날 팽목항, 진도체육관까지 모든 광경을 봤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든 꼭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기억이 생생하지만 알리려고 했을 때 실어주는 곳이 없었다. 답답했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멈추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Q. 책을 쓰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김홍모 | 생존 피해자의 편에 서서 그분의 목소리를 담으리라 다짐하며 작업했다. 인터뷰할 때도 어떻게 질문을 해야 상처가 되지 않을지 고민했다.

 

막상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는 가족 네 명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중 기억나는 건 막내딸과 인터뷰하며 나눈 이야기다. 가족 이야기를 하며 많이 울었는데, ‘우리 아빠가 좀 더 이기적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응급구조사가 되어 사람을 구하고 있다. 아빠에게 ‘오늘은 몇 명 구했어, 누구를 구했어’라고 자랑하면 아빠의 상처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책에 가족 이야기를 최대한 담았지만, 현실은 책보다 훨씬 아프다. 그리고 네 분이 책 내용보다 훨씬 멋있다.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 그 안에서 서로 돈독해져 가는 과정이 멋있고, 저는 이 만화가 한편으로는 로맨스라고 생각한다. 남편에 대한 사랑, 아내와 가족에 대한 사랑… 그런 관점으로 책을 봐주시면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Q. 생존자의 가족으로서 어떤 무게가 있었나.

 

김형숙 | 남편이 어디 잠깐 갔다가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불안하다. 연락이 잠깐 안 닿아도 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싶어 가족 모두가 걱정한다. 사용하던 물건에 문제가 생겨 A/S를 받으러 간다고 해도 혹시 목소리가 높아져 싸움이 날까 봐 항상 노심초사한다.

 

변상철 |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알약도 드시고 잠도 못 주무신다. 김동수 님도 여러 번 자해를 하셨는데, 왜 자꾸 자해를 하시는지.

 

김동수 | 참사 이후 여러 사정으로 답답한 상황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과 통증이 생겨 자해를 하게 되었다. 진실이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사과하지 않으니 가슴이 타는 듯 고통스러워 자해할 수밖에 없었다.

 

변상철 | 참사 이후 8년이 지났다. 제주도에 있는 세월호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노동 상실률을 조사하는데 정상인의 약 40%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여전히 운전을 하고, 여전히 물을 두려워하고, 약도 많이 먹으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국가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생존자에 대한 관심이 많이 필요하기에 〈홀〉같은 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홀〉책 제목의 뜻은?

 

김홍모 | 김동수 님이 자신이 구조 활동을 한 세월호 ‘홀’ 안에서의 장면을 가장 잊지 못한다. 저는 김동수 님이 세월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아직도 세월호 ‘홀’ 안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화의 마지막에 동수 님이 ‘홀’로 빨려 들어갈 때 형숙 님과 딸들이 손을 딱 잡아 끌어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저는 이게 가족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확대해서 보면 우리 시민의 모습이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월호를 여전히 기억하고, 이렇게 오늘 소중한 시간 내서 도와주고. 이분들이 잡아주는 손이 생존자를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연결이 아닐까 하는 의미에서 〈홀〉이라고 지었다.

 

 

# 질의응답

Q. 지역에서 마을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 안전망을 구축하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왔다. 마을에서 개인적인 사고도 있고, 화재 피해도 있었다. 그때마다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활동들은 있었지만, 항시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건 어떤 게 있을지 고민된다.

 

오지원 | 현대사회의 어떤 사고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큰 역할과 책임을 국가가 가지고 있다. 대비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개선하라고 요구해야 하고, 또 법이 잘못된 식으로 제정되는 것을 시민사회에서 계속 견제해야 한다.

 

또 우리가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끊임없이 놓지 말아야 한다.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처럼 유가족과 생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계속 응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그게 결국은 내가 사는 이 공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 같다.

 

 

 

참석자 | 얘기 들으면서 ‘아, 나도 피해자이고 목격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9년이 다 되도록 ‘홀’에 빠져 각각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우리가 자꾸 상처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 상처가 치유되는 방법인 것 같다.

 

동수 님과 가족분들께 ‘외로워하지 않으셨으면’하는 얘기를 꼭 전달드리고 싶다. 혼자 외로워하지 말고, 우리가 같이 만나고 서로 힘들었던 걸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오늘처럼 이어갔으면 한다.

 

김형숙 | 동수 씨는 ‘잊으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고 힘들어한다. 그 말이 위로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걸 이해하긴 하지만, 동수 씨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오히려 남편한테는 어떤 위로를 할 때, ‘잊으라’는 말보다는 그냥 편안하게 ‘힘드시죠?’ 하며 손 한번 잡아주고, 기억해 주는 게 가장 좋다. 여기 앉아 긴 시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러분이 진정한 치유자라고 생각한다.

 

 

북토크를 마치고, 서로를 위로하며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래를 다 같이 불렀습니다.

깜짝 순서로 김동수, 김형숙 님 부부의 자녀분 김예람 님이 피아노 반주를 하고, 김동수 님이 〈홀로 아리랑〉, 〈사랑으로〉를 불렀습니다.

 

이번 북토크처럼 서로가 모여 응원을 주고받는 자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 컬렉션 버스킹 프로젝트는 도서문화재단씨앗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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