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연합뉴스] '마을사랑방'이 된 어린이 도서관(06.01.31)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6-01-31 조회수 : 4,311



용인 수지 풍덕천동 현대 성우 아파트 단지의 지하 상가 40평 남짓한 공간에는 도서관 같지 않은 도서관이 있다.

보통 도서관이라고 하면 숨 소리를 죽여야 할 정도로 조용히 공부하는 장소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 곳에서는 항상 책 읽어주는 소리가 들려오고 구석구석 아이들끼리 모여앉아 재잘대는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마을 사랑방' '아이들의 든든한 놀이터' '도서관 답지 않은 도서관'…모두 이 곳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에 따라 붙는 말들이다.

2000년 2월 박영숙 관장이 사재를 털어 책 3천여권으로 시작한 이 도서관은 이제 1만5천여점의 자료를 갖추고 하루 200-300권의 책을 대여해 주는 민간 도서관의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곳에서는 누구나 무료로 책을 빌려볼 수 있는데 현재 회원이 1만2천여명에 달한다.

40평에 불과한 이 조그만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열람하고 빌릴 수 있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지역 민간 도서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은 이 곳에서 명심보감의 글을 읽고 옛 지혜를 새기는 '동아리 명심보감', 책과 여러가지 놀이를 통해 어울리는 '책 또래'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스스로 꾸려가고 있다.

아이들 뿐만이 아니다. 엄마들은 매주 열리는 독서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엄마나 아내로서가 아닌 '나'의 모습을 되찾기도 한다.

이 외에도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 각종 강좌나 토론회, 작은 음악회 등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도서관 운영은 2003년 마련된 느티나무문화재단의 출연금에 주로 의존하고 있으며 작년 5월부터 후원회원 제도를 도입, 현재 100여명의 후원회원이 조금씩 힘을 보태주고 있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이처럼 6년간 쌓아온 경험과 연구결과를 나누기 위해 해마다 느티나무도서관학교를 열고 있는데 현직 도서관 사서에서부터 도서관 자원활동가, 사립문고 운영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강좌를 듣는다고 한다.

박영숙 관장은 "우리 도서관이 마을 사랑방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은 어린이를 중심으로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모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아이들은 책꽂이에 꽂힌 책만이 아니라 이웃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을 배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